[리뷰]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2024)

[리뷰]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1)

리뷰

[리뷰]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단폴신사 2021. 4. 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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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시작과 함께 찾아온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정확히는 변화보다 혁명에 가깝다. 우리는 만남을 가장 좋은 소통 수단이라 여겨왔다. 카페, 식당, 강의실, 사무실, 공원 등에서 여럿이 만나 함께 어울려 놀고, 공부하며, 일하는 삶의 방식이 최고라 믿었다. 이런 우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하나의 물리적 공간에 함께 머물기 어렵게 되었다. 신조어 언택트Untact는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의 일반적 문화가 되었으며 비대면, 원격교육, 줌, 웹엑스, 팀즈 이런 키워드들은 코로나19 이후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기업체 임원에게까지 불과 몇 달 만에 일상의 단어로 스며들었다. 언택트 시대,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는 불안감과 신기함을 동시에 느꼈다.

언택트 세계는 원래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세계일까? 코로나19 이전에도 언택트 세계는 현실 세계와 공존했다. 우리은 소셜미디어에서, 사이버대학에서, 원격 화상 회의와 협업 도구에서, 온라인 게임 세상에서 이미 다양하게 언택트 세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이런 언택트 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부른다. 또한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뜻하기도 한다. 즉 인간이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를 초월해서 만들어낸 여러 세계를 메타버스라 정의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메타버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 김상균

원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이며, 로보틱스, 산업공학, 인지과학, 교육공학을 공부했다. 학부 3학년 때 게임 개발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스타트업을 두 번 창업했고, 투자 기관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2007년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되었다. 강원대 교육상과 최우수 수업상, 한국 공학교육 학회 우수강의교수상 등을 받았다. 삼성, LG, GS, 현대 등 여러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의 교육 및 자문에 참여했다. 게이미피케이션 교수법 강연과 워크숍 활동도 하고 있다.

PART 1. 인류는 디지털 지구로 이주한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한 가지뿐이다.

몸을 던지는 것,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기, 안전했던 모든 것을 뿌리치고 훌쩍 몸을 던지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

리의 몸은 물질의 세상, 아날로그 지구에 있지만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디지털 세상, 디지털 지구로 이동하고 있다. 아날로그 지구에서 사람들과 놀아도 되는데 굳이 왜 디지털 지구에서 살고자 할까? 인간은 예로부터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더 많은 이웃을 만들고, 끝없이 무언가를 성취하며 살아왔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며, 인간은 자신이 가진 욕구를 다 채울 수 없는 존재다. 아날로그 지구에서 아무리 많은 건물을 짓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도 욕구를 다 채우지는 못한다. 아날로그 지구로 채우기에는 부족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디지털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출처 Naver Photo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메타버스라 부른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이다. 메타버스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에 메타버스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에 일상을 올리는 것,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회원이 되고 활동하는 행위,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 이 모든 게 다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기술 연구 단체인 ASF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은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세계, 라이프로깅 lifelogging 세계, 거울 세계 mirror worlds, 가상세계 virtual worlds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현재까지는 ASF의 분류가 가장 깔끔하고 타당해 보이므로 이 책에서는 이 네 분류를 기준으로 메타버스의 현재와 미래를 논한다.

출처 Naver Photo

이미 증강현실은 우리 실생활에서도 많이 접해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포켓몬을 잡는 게임을 하거나, 자동차 앞 유리에 길 안내 이미지를 나타내는 HUD Head Up Display를 보는 것이 바로 증강현실을 경험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오늘 먹었던 음식 사진을 올리거나, 페이스북에 최근에 읽었던 책의 커버를 찍어서 올리는 것이나, 유튜브에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게시하는 것은 바로 라이프로깅 세계를 즐기는 것이다. 아이돌 팬카페에 가입하거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써서 원격수업, 원격회의를 하는 것, 배달의 민족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하는 것은 모두가 거울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보여주는 이러한 세상이 바로 가상 세계이다.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 출처 Naver Photo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를 주름잡는 기업들의 성장세는 오프라인 기반의 제조, 유통 기업을 오래전에 넘어섰다. 메타버스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 있으므로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그저 먼 세상 이야기, 일부 디지털 마니아나 Z세대들의 놀이터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는 메타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메타버스를 운영하는 여러 기업들을 후방에서 웹서비스로 지원하는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880조 원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은 1,200조 원의 시가총액을, 라이프로깅 분야의 대표적 기업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어느덧 900조 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 770조 원을 넘어서 세계 8위에 위치한 텐센트의 매출 중 35%라는 가장 큰 몫을 게임, 가상 세계 메타버스가 차지하고 있다.

출처 Naver Photo

테라포밍terrforming지구화地球化, 행성 개조行星 改造 정도로 해석되는 용어다. 지구가 아닌 우주의 다른 행성을 인간이 사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바꾸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테라포밍과 비슷하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공간, 디지털 공간에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했던 20만 년 전부터 인류 역사를 1미터 정도의 그래프로 요약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도구, 기술들은 마지막 1밀리미터 안에 그려진다. 2018년 통계청의 보고서를 보면, 근대 발명품 중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발명품은 1위가 냉장고, 그다음으로는 인터넷, 컴퓨터, 세탁기, 텔레비전 순으로 2~5위를 차지했다. 여기서 2, 3, 5위에 위치한 것들을 하나로 묶으면 뭐가 될까?

인터넷 + 컴퓨터 + 텔레비전

바로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물건, 내 몸에서 절대 멀리 두지 않는 물건, 명품을 제외하고는 내가 외출할 때 소지하는 가장 비싼 물건인 스마트폰이다. 5인치 내외 화면 크기의 스마트폰 한 대의 가격이 900리터 용량의 냉장고, 50인치 텔레비전과 맞먹거나 비싸지고 있다. 만약 다양한 연령대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 하나씩 버리는 실험을 해 보면 속옷 다음으로 남는 물건이 스마트폰이다. 21세기 초에 등장한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현생 인류의 신체 일부로 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신체 자각이라고 하는데,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신체 자각 범위 안에 들어가 있다.

출처 블로그 HeliVia

스마트폰 세상의 중심에 있는 기업인 애플은 2020년 9월 기준으로 시가총액 2,250조 원을 넘어서서 세계 수많은 기업들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매년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대략 58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익의 거의 17조에 달한다.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상위 1~20위권 앱 중 70% 정도는 게임이고, 나머지 30% 정도는 주로 소셜미디어, 동영상 스트리밍 앱들이다. 물론 다운로드 순위가 앱스토어 매출과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세계인들이 스마트폰을 주로 게임, 소셜미디어, 동영상 스트리밍에 활용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흐름은 인간은 놀이를 즐기다는 의미의 '호모 루덴스 hom*o Ludens'가 메타버스의 형성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출처 포토뉴스

네 가지 메타버스 중 가장 먼저 등장했고,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성장 속도가 제일 빠른 메타버스가 가상 세계이며, 이의 대표 사례가 온라인 게임이다. 인간, 호모 루덴스는 인류 최애 도구인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을 가지고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으며, 온라인 게임 문화가 가상 세계를 포함한 메타버스로 확장해나갔다. 가상 세계를 포함한 다양한 메타버스를 스스로 창조하면서 인간은 또 다른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호모 루덴스가 창조하고 있는 인간은 호모 데우스 hom*o Deus가 되어 가고 있는데, 여기서 데우스는god을 뜻한다. 즉,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되려는 인간을 의미한다. 21세기는 역사상 매우 특이한 시기이다. 굶어 죽는 사람보다 과식과 비만으로 죽는 사람이 많으며,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노화로 죽는 사람이 많다. 호모 사피엔스의 20만 년 역사상 이런 시기는 없었다.

출처 rayspace.tistory.com

이렇게 기본적인 욕구와 안전을 지켜낸 인류는 보다 높은 가치를 원한다. 바로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삶이다. 이는 종교적 관점에서 신의 영역에 해당한다. 그러한 꿈을 꾸는 인류는 이미 메타버스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메타버스에 인류는 자신들이 생각한 세계관, 생명체, 자원, 환경 조건 등을 설정해서 운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 캐릭터와 인간들이 함께 어울려 지낸다. 가히 호모 데우스 다운 놀이터를 메타버스에 만든 셈이다.

PART 2. 증강현실 세계 : 현실에 판타지 & 편의를 입히다

하나의 판타지는 백만 개의 현실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마야 안젤루

강현실이란 개념은 199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현실 세계의 모습 위에 가상의 물체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기술이 증강현실의 시작이었다. 몇 년 전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고가 대표적 케이스이다. 포켓몬고처럼 현실 세계에 가상의 물체가 덧씌워진 모습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가장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신기함이다. 에를 들어 친구가 보내준 생일카드에 인쇄된 마크를 스마트폰 증강현실 앱으로 스캔하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는 축하 영상이 생일카드 위에 입체적으로 재생되는 식이다. 증강현실 세계의 개념을 좀 더 세분화해서 보자면 첫째, 스마트폰, 컴퓨터를 통해 보는 현실의 모습 위에 가상의 물체를 입혀서 보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대표적이다.

출처 kmib.co.kr

둘째, 현실의 물리적 공간에 어떤 기계장치, 설치물을 놓고 그런 것들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현실 공간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코카콜라가 만들어 낸 눈 내리는 싱가포르가 이 케이스이다. 셋째,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새로운 세계관, 스토리, 상호작용 규칙을 만들고 그런 것들을 참가자들이 서로 지키고 소통하며 즐기는 방식이다. 야외로 나온 방 탈출 카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증강현실 콘텐츠를 경험해 보면, 마치 현실 공간을 배경으로 평행 우주 속 다른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듣다. 증강현실은 크게 두 가지 가치를 우리에게 준다. 첫째는 판타지이다. 길거리를 다니다가 만화 속 포켓몬을 만나거나 잡고, 현실에는 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현실의 생일카드 위에 입체로 보이며, 늘 지나다니는 동네 골목에 공간을 지배하는 포탈이 열렸다고 가정하는 등 현실에 판타지를 더해 준다. 인간은 놀이를 통해 대략 20개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매혹, 도전, 경쟁, 완성, 통제, 발견, 에로티시즘, 탐험, 자기표현, 판타지, 동료의식, 양육, 휴식, 가학, 감각, 시뮬레이션, 전복, 고난, 공감, 전율이다.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이런 20개의 감정을 골고루 느낀다. 다만, 증강현실 메타버스의 경우에는 현실에 가상의 물체, 실제 물체, 또는 픽션fiction의 세계관이나 이야기 등을 덧씌워서 보여주기에 판타지가 대표적 감정이라 볼 수 있다. 둘째는 편의성이다. 자동차 앞 유리에 길 안내 이미지를 보여주는 HUD,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필수적으로 제공되는 자막, 효과음, 이모티콘 등은 우리가 아무 생각이 없어도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요소다. 이러한 정보를 우리 인간의 뇌는 오감을 통하여 초당 1,000만 비트, 글자 수로 따지면 대략 100만 자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을 받아들인다. 당연하겠지만 우리의 뇌는 대부분의 정보를 버리고 초당 50비트 정도만을 처리한다. 즉 우리의 뇌는 인입되는 정보 중 0.005%의 정보만 사용하는데, 이는 많은 정보를 쉼 없이 감당해야 하는 외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증강현실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정보는 버려지니, 요약된 정보를 눈에 띄게 만들어서 던져주는 방식이다.

출처 텍스트리 공식 블로그

이런 증강현실 장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특정 상황에서 우리에게 강한 실재감을 전해준다. 각종 온라인 콘텐츠에서 자막, 이모티콘 등은 이제 필수 요소가 되었다. 개인이 만든 영상과 전문 스튜디오, 제작사가 만든 영상의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얼마나 자막, 이모티콘을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여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증강 요소들은 우리가 많은 주의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우리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우리의 이해와 감정을 콘텐츠 제공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손쉽게 이끌어 간다. 정보와 콘텐츠를 접했을 때 나의 의지, 판단보다는 콘텐츠 제공자의 의도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가게 한다. 지역, 공간에 새로운 스토리, 상호작용 규칙을 입히는 방식도 비슷하다.

<호모 데우스를 주창한 유발 하라리>, 출처 Naver Photo

원래 그 지역, 공간이 품고 있는 배경,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메타버스 창작자가 보여준 스토리, 상호작용에만 몰두하여, 그 지역과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본래의 감정을 잊게 만들지도 모른다. 증강현실 메타버스가 잘못 구현된다면, "너는 직접 상상하지 마. 네가 상상을 잘못해서 내가 전달하려는 의도와 조금이라도 다르게 이해하는 게 나는 싫어. 네가 머릿속에 그릴 이미지, 네가 상상할 소리와 감정 등을 모두 내가 던져줄 테니 너는 그대로 받기만 해."라는 세상, 콘텐츠 제공자가 메타버스 속 사람들의 호모사피엔스적 상상력까지 주무르는 통제된 세상이 될지 모른다. 참으로 무자비한 호모 데우스가 창조한 메타버스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대부분의 증강현실 메타버스 사례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렌즈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출처 Naver Photo

코카콜라는 인류 최초로 텔레포트 장치를 만들어서 증강현실 메타포스를 구현했다. 싱가폴과 스위스를 상호 연결하는 대형 화상 통화 부스를 설치하고 상대방을 볼 수 있을뿐더러, 스위스에서 통화 부스 하단에 설치된 투입구에 눈을 넣으면 싱가포르에 있는 통화 부스 상단에 설치된 제설기에서 눈을 뿌려 주는 것이다. SF 영화 속 텔레포트는 물건의 원자, 분자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네트워크를 통해 먼 곳으로 보낸 후 그곳에서 3D 프린팅처럼 물건을 다시 만드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극히 과학, 공학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현존하는 기술, 그리 어렵지 않은 기술을 바탕으로 핀란드와 싱가포르를 연결한 메타버스를 구현했다. 코카콜라가 만들어낸 메타버스를 볼 때 과학, 공학적 요소가 메타버스의 전부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이 담겨있지 않다면 증강현실 메타버스는 단순히 신기술의 전시장이 될 뿐이다.

PART 3. 라이프로깅 세계 : 내 삶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일기는 신기하다.

당신이 빠뜨린 것이 당신이 쓴 것보다 더 중요하다.

시몬드 보부아르

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때로는 공유하는 활동을 라이프로깅이라 부른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SNS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이 모두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 포함된다. 라이프로깅에 참가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학습, 일, 일상생활 등 자신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기록하고 이를 온라인 플랫폼에 저장한다. 둘째, 다른 사용자가 올려둔 라이프로깅 저장물을 보고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로 남기거나,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시하고, 나중에 다시 보거나 공유하기 위해서 자신의 라이프로깅 사이트에 가져온다.

라이프로깅의 개념은 21세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아날로그적으로 보면 우리가 학창 시절에 썼던 일기가 대표적 라이프로깅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인 영어 교사 로버트 쉴드는 1972년부터 1997년까지 자신의 25년 삶을 5분 간격으로 기록했는데, 텍스트 분량은 대략 3천7백만 단어에 달하고 책으로는 400권 이상이 되는 분량이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단일 라이프로그 중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세기의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주로 공유하는 내용은 자신의 생각,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 자신이 추천하고 싶은 것, 알리고 싶은 뉴스 기사, 알리고 싶은 다른 사람의 라이프로그, 자신이 느끼는 감정, 자신의 미래 계획 순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 방송의 편집과 같은 형상이 나타나는데 자신의 실제 모습, 실제 삶 중에서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은 대부분 삭제한다.

삭제하고 남겨진 삶의 모습도 날것 그대로를 올리기보다는 조금은 다듬어진 내용으로 올린다고 한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로깅의 경우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30%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최신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마다 TV 광고에서는 그 스마트폰으로 얼마나 멋진 사진을 쉽게 찍고 편집할 수 있는가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 스마트폰에 달린 여러 개의 고성능 렌즈가 하는 역할은 우리의 라이프로깅용 이미지 촬영이다. 요컨대, 현실의 나에게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를 빼고, 이상적인 나의 이미지를 조금 추가해서 즐기는 라이프로깅이 대세라고 보인다. 매일 15억 6천만 명(2019년 기준)이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있다. 전년도와 비교할 때 8%가 증가했는데, 대략 세계 인구의 1/5은 페이스북을 매일 쓰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8년에 558억 달러(한화로 약 66조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2017년도와 대비하여 37.4%가 상승한 수치다.

출처 Naver Photo

더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률이다. 2018년 기준으로 무려 44%(한화로 약 29조 원)인데, 이는 현대자동차가 매출액 97조 원에 영업이익 2조 4천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경우 놀라운 수치다.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자동차를 타지만,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서는 와이파이를 타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군가를 만난다. 자동차 제조사들과 페이스북의 영업이익을 비교해보면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SNS에서는 공적인 관계이건 사적인 관계이건,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건 아니건, 당신과 관심분야나 성향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 친구 목록에 많을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의 기본은 이미 나와 친구인 사람, 그중에서도 나와 서로 소통(댓글, 좋아요, 이모티콘 등)이 많은 사람의 친구를 내게 새로운 친구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즉 소셜미디어에서 우리는 비교적 비슷한 색상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는 편이다.

출처 Naver Photo

하지만,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을 때, 기대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때, 상대가 올린 피드가 나의 생각과 너무 달라 당황스럽거나 화가 날 때는 우리는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를 끊어 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서 점점 더 비슷한 색상의 이들을 내 곁에 두려고 한다. 현실 세계에서 부부처럼 인생의 동반자는 상대의 세세한 부분까지 나와 일치하기를 희망하고, 서로 다른 부분이 생기면 내가 변해서 그에게 맞추거나, 그가 변해서 내게 맞춰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고금의 진리다. 반면에 여행의 동반자로 상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큰 여정을 상대와 공유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이해하는 편이다. 내가 변하고자 하는 노력, 그가 변했으면 하는 바람을 크게 갖고 있지 않다. 그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삶의 기록, 라이프로그lifelog를 공유하고 응원하는 라이프로깅 메타버스 속 친구들을 여행자의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그 메타버스 속에서 여행의 동반자들과 서로 더 편하게 지내며,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한 명의 사람이 현실 세계와 여러 개의 메타버스를 동시에 살아가면서,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보여주는 세상이다. 가정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익명의 소셜미디어에서의 나, 온라인 게임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익명의 소셜미디어에서의 나, 온라인 게임에서의 나 등 각각에서 겉으로 나타나는 성격이 서로 다른 경우가 흔하다. 이러 멀티 페르소나는 한 사람이 상황, 메타버스마다 다른 성향을 나타내어서 자신의 고유한 인격을 형성하는데 좋지 않다고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의미하는 정체성을 파편화하여 붕괴시킨다는 걱정이다.

출처 Naver Photo

하지만 이런 멀티 페르소나가 오히려 주목받는 시대이다. 여러 메타버스에서 멀티 페르소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방송에 대놓고 등장한 멀티 페르소나, 부캐에 열광하고 있다. 기업들은 앞으로 멀티 페르소나에 주목해야 한다. 제품 개발, 마케팅, 판매 단계에서 기업들은 제품,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특성을 페르소나로 정의하고, 그 페르소나의 취향에 자사 상품이 얼마나 잘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한 명의 사람이 멀티 페르소나를 갖고 있으므로 하나의 운동복이라 할지라도 그가 직장인일 때, 휴가 중일 때, 소셜미디어 메타버스에서 놀고 있을 때, 각기 다른 페르소나가 등장함을 잊지 말고, 서로 다른 페르소나가 보이는 취향을 맞춰줄 전략이 필요하다.

PART 4. 거울 세계 : 세상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책은 거울과 같다.

바보가 들여다보면서, 천재가 보이기를 기대할 수 없다.

JK. 롤링

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를 거울 세계라고 한다. 현실 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 앱에서 보이는 식당들은 모두 현실 공간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 식당 중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있다. 이러한 배달 앱은 우리가 전화로 주문하는 것에 비하면 터치 몇 번으로 효율적으로 주문이 가능하고, 식당마다 고객 후기를 다양하게 볼 수 있으므로 정보의 확장성이 큰 장점이다.

<구글어스 3D>, 출처 Naver Photo

구글 어스Google Earth, 네이버 맵Naver Map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거울 세계에 해당한다. 인터넷 지도 서비스에는 이미지로 표현된 도로, 건물들의 모습과 주소를 포함하며, 거리의 모습을 사람의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과 높은 곳에서 찍은 항공사진 등을 제공한다. 현실 세계의 지도를 데이터화한 자요는 거울 세계 구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고 있다. 이런 지도 서비스들은 주기적으로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현실 세계의 변화를 최대한 빨리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실 세계를 거울로 비춘듯한 거울 세계이지만, 현실과는 다른 모습도 많다. 거울 세계는 앞서 언급한 효율성, 확장성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교육, 교통, 유통,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인 자코모 리촐라티는 원숭이가 직접 땅콩을 손으로 집거나, 연구원이 땅콩을 집어 들거나, 다른 원숭이가 땅콩을 먹는 모습을 보거나, 땅콩을 까는 소리를 들어도 원숭이 뇌의 같은 영역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과 손동작을 볼 때와 자기가 직접 표정을 짓고 손을 움직일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같다. 이런 실험을 통해 발견한 뉴런에 '거울 신경 세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울 신경 세포는 우리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며 배우는 과정,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 등이 거울 신경 세포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거울 신경 세포를 통해 우리는 내가 직접 하는 행동이 아니거나, 내 눈으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는 것,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가며 등장인물들을 실존하는 존재처럼 인식하고 함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모두 거울 신경 세포와 관계된다.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식당의 위치를 보고, 음식에 대한 설명과 리뷰를 살펴보면서 음식 맛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출처 Naver Photo

주문한 후에는 배달 앱에 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남은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배달 오토바이가 대략 어디쯤 있을지 짐작한다. 음식 냄새가 가득한 매장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을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을 배달 앱 화면만 보고도 느끼는 이유는 바로 거울 신경 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자사의 지도 서비스를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게 허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나이키 플러스 러닝은 구글 지도를 활용해서 내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보여주고, 달린 거리를 측정한다. 이외에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거울 세계 구현에 구글의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무료였지만, 2018년에 구글이 지도 데이터에 관한 가격 정책을 변경하면서 점점 더 가격을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경되고 있다. 따라서 구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서 거울 세계 메타버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여러 기업들은 앞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거울 세계 메타버스를 만들고 활용하는 기업, 국가가 늘어날수록 구글이 갖고 있는 지도 데이터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해질 것이다.

<나이키 플러스 런닝>, 출처 happist.com

구글이 지도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제공한 초창기, 사람들은 구글이 왜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지도를 만들고 그것을 무료로 공개했는지 의아해했다. 그리고 그런 지도를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울 세계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서, 구글은 이제 여러 거울 세계의 밑그림을 쥐고 있는 거대한 권력자가 되었다. 하지만 거울 세계의 모든 밑그림, 전체 패권을 구글이 다 갖고 있다고 걱정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거울 세계 메타버스에 필요한 정보는 지도만이 아니다. 지도 위에 존재하는 여러 건물, 그 속에 있는 기업과 조직들, 사람들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정보 등이 더욱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화장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구글 지도 위에 소비자들의 화장품 소비 패턴을 매핑해서 화장품 소비 메타버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버스 정류장에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화장품 광고를 게시하거나, 지역별로 화장품 매장 내의 상품 진열과 할인율에 차등을 둘 수도 있다.

출처 dicoblog.tistory.com

마인크래프트는 레고 같은 네모난 블록을 마음대로 쌓아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드는 온라인 게임으로 스웨덴의 게임회사인 모장스튜디오Mojang Studio서 2011년 출시했다. 이러한 게임을 샌드박스게임이라고 부르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큰 상자에 모래가 담겨있고, 거기에 여러 장난감을 함께 넣어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생각하면 된다. 모래로 이것저것 만들며 쌓아서 놀다가 부서지면 다시 만드는 식의 온라인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는 컴퓨터, 스마트폰, 비디오게임기 등에서 모두 접속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9월에 모장 스튜디오를 3조 원을 주고 인수했는데, 2019년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1억 7천6백만 장을 넘어서, 역대 비디오 게인 1위를 달성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한 달 평균 유저 수가 1억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인원이 마인크래프트로 메타버스를 즐기고 있다.

출처 Naver Photo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숙박 중개 서비스이다. 시작은 매우 단출했는데, 직장을 그만두게 된 브라이언 체스크와 조 게비아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하여 집에 에어 베드를 몇 개 두고 아침을 제공하면서 숙박 서비스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콘퍼런스가 열리면서 호텔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어, 이들에게 잠시 집을 빌려줌으로써 1,000달러를 벌고, 이를 사업화한 것이 Aibed & Breakfast에서 따온 Airbnb다. 에어비앤비의 서비스 모델은 비교적 단순하다. 개인이 보유한 아파트, 오피스텔, 주택 등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하고,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숙박객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려는 지역의 어느 위치에 어떤 집들이 있는지, 그 집안의 침대, 부엌, 욕실 등은 어떨지 등인데, 에어비앤비는 이런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서 손쉽게 찾아보도록 제공하고 있다.

<오래된 성까지 임대하는 Airbnb>, 출처 joongang

구글 지도가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외부 공간을 주로 거울 세계에 옮겼다면, 에어비앤비는 개인이 사는 가정집 내부를 거울 세계 메타버스에 복제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에어비앤비는 매일 2백만 건 정도의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이는 매일 2백만 명에게 2백만 개의 객실을 제공하는 호텔이라는 의미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호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호텔을 거울 세계 메타버스에 만든 셈이다. 에어비앤비는 집을 빌려주는 사람, 빌리는 사람 모두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매우 저렴한 숙소부터 고급 저택, 유럽 지역의 오랜 된 성까지 다양한 숙소가 올라와 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소 임대 사업자로 정식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주택을 빌려주다 보니, 많은 국가에서 법률 위반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며, 임대 소득에 대해 세금 납부를 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출처 Naver Photo

에어비앤비는 자체적으로 거대한 호텔, 아파트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전통적 숙박 사업자의 핵심 역량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거대한 호텔, 아파트 등이었다면, 에어비앤비는 이 부분을 포기하고,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주는 부분에만 집중했다. 전통적 호텔 사업방식의 핵심 역량을 약화하고 거울 세계에 거대한 숙박 세계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에어비앤비처럼 현실 세계의 인프라와 연동된 거울 세계는 현실 세계의 유동성, 위기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후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에어비앤비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으며, 7,500의 임직원 중 1,900명을 감원했다.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던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도 급락한 상황이다. 에어비앤비가 만들어 놓은 거울 세계 속 호텔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의 이동, 여행이 제한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출처 블로그 세상의 모든 지식

배달의 민족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앞서 설명한 에어비앤비와 유사하다. 숙박업을 하는 에어비앤비가 숙박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있듯이, 배달의 민족도 식당을 보유하지 않고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와 배달 음식을 원하는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거울 세계에 만들어진 배달의 민족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의 식당 시스템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대표적인 부분이 공유 주방의 등장이다. 음식 배달 메타버스가 커지면서, 고객이 앉아서 식사하는 공간을 아예 없애고 배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상위 6개 공유 주방 사업자인 위쿡, 고스트치킨, 공유주방1번가, 배민키친, 영영키친, 먼스리키친이 오픈한 공유 주방 점포 수는 2019년 11월에 비해 72%나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식당 폐업률이 급증하는 상황과 대비되고 있다.

출처 www.investchosun.com

2018년 기준, 어느 통신사를 사용하느냐와 무관하게 우리나라 국민의 94.4%가 스마트폰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가 만든 카카오톡은 초기에는 수익모델이 없었지만 카카오톡을 통해 확보한 고객 기반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는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산업을 가져다가 카카오톡이라는 거울 세계에 흡수시켰다. 교통분야에서는 길 찾기, 택시 불러주기,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버스 노선 안내, 지하철 노선 안내, 주차장 찾아주기 등이며, 금융 분야에서는 인터넷 결제를 중계해 주는 카카오페이,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 은행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카카오뱅크 등이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카카오 페이지에서 웹소설, 웹툰, 순수문학 등의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카카오 TV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헤어숍 예약을 지원하는 카카오 헤어숍도 있다. 카카오가 확보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객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 한 카카오 유니버스는 점점 더 성장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 것이다.

PART 5. 가상 세계 : 어디에도 없던 세상을 창조한다

우리가 세계를 창조했지만,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유저들이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창업자

네 번째이자 마지막 메타버스인 가상 세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다른 신세계이다. 현실과는 다른 공간,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제도 등을 디자인해 놓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가 가상 세계이다.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무언가를 한다. 첫째, 탐험을 즐긴다. 가상 세계를 이루고 있는 세계관, 철학, 규칙, 이야기, 지형, 사물 등을 탐험가, 과학자와 같은 자세로 누비면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즐거워한다. 둘째, 소통을 즐긴다. 현실 세계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을 만나거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과 소통한다. 셋째, 성취를 즐긴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무언가를 이루거나, 얻으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출처 Naver Photo

가상 세계는 크게 분류하면 게임 형태와 비게임형태로 나눠진다.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콘텐츠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World of Warcraft, 포트나이트Fortnite, 리니지Lineage 등의 게임이 모두 가상 세계에 포함된다. 게임의 특성을 가진 가상 세계에서는 일정한 규칙을 바탕으로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하면서, 우승자를 가려내거나 공동의 목표 달성을 향해 움직인다. 반면에 로블록스Roblox,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 등은 단지 여럿이 모여서 어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형 가상 세계다. 가상 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현실 세계에 비해 연령대가 낮은 인구가 더 많다. 그들은 삶의 중요한 시간을 학교와 직장에서 보내지만, 그 속에서 성취감을 충분히 느끼기란 참 어렵다. 그러나 가상 세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탐험, 소통, 성취가 있으며, 현실 세계와 비교하여 가상 세계에서 더 효율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출처 블로그 (사)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은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운 미션,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전략을 계획한다. 도전했다 실패해도 그리 낙담하지 않는다. 새로움을 만드는 과정을 그저 즐길 뿐이다. 실패에 대한 비난의 무게로부터 벗어난 가상 세계에서 마음껏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 사회를 지배하는 오랜 된 규칙이 있어도, 아무리 지배자의 힘이 강해도, 자신을 가로막는 것과 사자처럼 싸워 이겨낸다. 그리고 아이처럼 순수하게 어울려 놀기도 한다. 패배하거나, 게임이 잘 안 풀려도, 금세 털어내고 다시 놀이를 이어간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플라톤이 얘기한 최고의 인간, 니체가 얘기한 초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상 세계에서 아무리 그렇게 살아도 현실 세계에서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가상 세계에서 내가 선택하고 행동한 모든 것들도 내 경험, 내 삶의 일부이다. 내가 직접 몸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만지면서 경험한 게 아니어도, 우리는 책을 통한 간접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의 경험은 우리 현실 세계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출처 ibulgyo.com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형태로 존재하므로 가상 세계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가상세계에서 인공지능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NPCNon-Player Character 역할을 한다.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이 필요한데, 사람이 맡기에 그리 흥미롭지 않거나 중립적인 역할 등을 NPC가 맡고, 그런 NPC가 보다 사람처럼 행동하게 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사용된다. 이러한 부분은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기 위해 중요한 역할이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오면 인공지능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울리며 살아갈지에 관한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가상 세계 메타버스 속에서 사람들은 인공지능 NPC와 어울려 살고 있다. 인공지능 NPC가 보여주는 무감정한 반응과 기계적 대응에 실망하고, 때로는 사람보다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나서 놀라기도 한다. 현실 세계에서 인공지능 로봇, 프로그램들과 어떻게 어울려서 살아갈 것인가를 우리는 이미 가상 세계 안에서 연습해온 셈이다.

출처 sedaily.com

둘째, 가상 세계 전체를 관리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사용된다. 가상 세계 안의 여러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한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활동하는 메타버스 안에서는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분량의 데이터가 쌓인다. 인공지능으로 이런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메타버스 속 사람들의 향후 행동을 예측하고, 메타버스의 규칙을 조정하는 데 사용한다. 셋째, 가상 세계에 사람처럼 보이는 인공지능 오토AUTO를 투입해서 이득을 얻는 경우다. 오토는 메타버스 안에서 NPC가 아닌 사람 캐릭터를 사람처럼 대신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내가 메타버스에서 사냥꾼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데, 내가 그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기 싫다면, 나를 대신해서 오토 프로그램이 내 캐릭터를 조정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수십 대의 컴퓨터에 오토를 깔고 메타버스에서 아이템을 수집하는, 흔히 '작업장'이라고 칭하는 이러한 오토 사용은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으로 간주하여 금지하고 있다.

출처 블로그 SEAN DRAWING

2019년 하반기부터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라이엇게임즈가 운영하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 League of Legend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LoL은 툰테라라는 세계를 배경으로 암살자, 전사, 탱커, 마법사 등 약 150개의 역할을 가진 이들이 벌이는 전투를 다루는 게임이다. 2019년 기준 LoL을 즐기는 동시 접속자는 800만 명을 넘어섰다. 루이비통은 LoL과 두 가지 방향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 LoL 내에서 사용되는 게임 스킨skin에 루이비통 문양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게임에서 내 캐릭터에 루이비통 옷을 입히려면 10달러를 주고 루이비통 스킨을 구매하면 된다. 둘째, LoL 게임에서 사용하는 로고, 등장하는 캐릭터 등을 넣은 루이비통 제품을 만들어서 'LVxLOL'이라는 컬렉션으로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LoL문양이 들어간 후드티는 대략 300만 원, 가죽 재킷은 대략 680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출처 Naver Photo

2020년 6월, 영국의 명품 패션기업 버버리는 B서프B Surf라는 독특한 서프 경주 게임을 직접 출시했다. 버버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접속하여, 세계 이용자들과 서프 경주를 즐길 수 있다. 경주에 참여하려면 서핑 의상과 보드를 선택해야 하는데, 여기서 제공하는 의상과 보드는 모두 버버리의 TB썸머 모노그램 컬렉션 제품이다. 버버리는 서핑에 필요한 가상 의상과 보드를 B서프 메타버스에서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풀고 있다. 그 메타버스에서 즐긴 버버리 제품을 Z세대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이용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마케팅에이전시인 PMX는 2025년까지 세계 명품 시장 고객의 45% 이상을 Z세대가 차지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루이비통과 버버리는 바로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명품의 노숙한 이미지를 탈피하여, Z세대와 소통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테니스 게임과 협업한 구찌>, 출처 MK 스포츠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 거대 메타버스의 주인공은 젊은 세대이다. 그들에게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 그들을 현실 세계로 끌어내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들이 주로 머무는 메타버스 속으로 기업들이 들어가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다양하고 깊은 경험을 메타버스 속에서 전해줄 수 있다. 여러분이 일하는 기업, 조직이 게임, 디지털, IT 등과 관련이 없어 보여도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어니스트 클라인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18년 영화로 제작했다. 영화에서는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게임이 등장한다. 시간적 배경은 2045년이며, 거대 기업들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민 지역에 사는 수많은 이들이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 가상현실 장비를 사용하여 오아시스의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묘사된다.

출처 Naver Photo

오아시스의 개발자이자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할리데이가 죽고 유언이 공개되는데, 오아시스 속에 자신이 숨겨둔 이스터 에그(게임, 영화, 책 등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를 찾는 이에게 오아시스의 운영권과 자신의 지분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IOI라는 거대 기업은 직원들을 동원해서 이스터에 그를 찾기 위해 총력적을 펼치는데, 이에 맞서서 주인공 웨이드 와츠라는 소년이 이스터 에그를 먼저 찾기 위해 도전하는 모험담이 주 내용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게임인 오아시스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라는 점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오아시스 수준의 실제감을 주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의 구현 가능성이다. 물론 현존하는 가상현실 장비 중에도 일부 촉감 전달, 달리기 인식 등이 적용된 것들이 있으나, 기능이나 상업적인 완성도, 경제성 등을 따질 때 오아시스에서 묘사된 장비와는 격차가 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uho524/

둘째,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 기업인 IOI가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 직원들을 오아시스 게임에 접속시켜 일을 시키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가상 세계 메타버스 안에만 존재하는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리라 예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가상 세계 메타버스 내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람들을 돕고, 아이템을 찾아내고, 공연을 하는 등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좋은 일자리의 조건은 무엇일까? 현실 세계와 완벽히 단절된 채 가상 세계 메타버스 안에서만 하는 일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 일을 맡을까? 여러분에게 '가상 세계 메타버스 안에 지금의 직장과 동일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당신은 그 직장으로 옮길 생각이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누구나 선뜻 답하기라 쉽지 않을 것이다.

PART 6. 메타버스, 이렇게 개척하자

상상력은 종종 우리를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세계로 인도한다.

그러나 상상력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칼 세이건

2020년 1월 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87,208건의 특허를 등록하여, 2위 IBM의 38,657건과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특허가 하이테크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이런 질주가 머추지는 않을 듯하다. 사이버펑크 2077은 권력, 사치와 신체 개조에 집착하는 거대 도시 나이트 시티를 배경으로 한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비교적 최근인 2020년 12월 10일에 출시되었다.

출처 Naver Photo

사이버펑크2077 제작사 CDPR은 이 게임을 제작하면서 2077년의 도시에 어울리는 다양한 광고를 만들었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자사의 제품 컨셉을 광고하면 어떨까? 예컨대 2077년에 삼성전자는 다양한 트랜스휴먼Transhuman용 기기를 비롯한 미래의 IT 기기를 출시하다는 가정하에 삼성전자의 컨셉 아트와 함께 사이버펑크2077의 거리에 광고하는 방식 등을 제안할 수 있다. 미래 제품을 미리 보여주는 것에 부담이 든다면, 미래 시점에서 과거 제품을 조망하는 의도적 진부화obsolesscence, 陳腐化 방식으로 현재의 제품을 광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삼성전자가 만들어내는 일련의 제품, 서비스가 현시점에서는 경쟁 기업들과 대비해서 앞서 있으나, 그럴수록 더 진보된 제품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갈망을 부추기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출처 Naver Photo

세계 자동차 튜닝 시장규모는 100조 원이 넘게 추산되며, 이는 세계 조선업 시장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금지되는 것 이외에는 자유롭게 튜닝을 해도 되지만, 국내에서는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만 튜닝을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를 채택하고 있어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만약 현대자동차가 영화 매드맥스 컨셉으로 과하게 튜닝된 자동차들이 판치는 메타버스를 만들면 어떨까? 메타버스에 가입하면,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차량 하나를 랜덤하게 제공하고, 메타버스에서 사용 가능한 화폐도 소량으로 지급했다고 하자! 사용자는 지급받은 화폐를 가지고 튜닝 파트를 구입해서 자신이 가진 자동차의 외형이나 성능을 개조하여 1:1 레이싱, 8인 참가 레이싱, 차량 링 밖으로 밀어내기 등의 다양한 이벤트에 참가한다. 사용자는 이벤트에 참가하면 보상금을 받고, 누적된 보상금을 가지고 차량을 교환하거나 추가 튜닝 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현대자동에서는 현행법 내에서 간단한 튜닝 파트를 실물로 생산해서 고객에게 판매하거나, 메타버스 홍보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출처 Naver Photo

한국인의 94.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라이프 로깅 메타버스인 카카오스토리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 그들이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기록은 카카오가 건설한 거울 세계 메타버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가 어디를 어떻게 이동했는가를 카카오의 길 찾기, 택시 불러주기,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버스 노선 안내, 지하철 노선 안내, 주차장 찾아주기 서비스 등이 알고 있다. 내가 무엇을 읽고 즐기는가는 카카오 페이지의 웹소설, 웹툰, 순수문학, 카카오 TV 등의 콘텐츠 서비스가 알고 있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카카오 유니버스가 보유한 나에 관한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세세한 기록들을 인공지능 소설가에게 넘겨주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특히, 내가 카카오톡을 통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업무를 처리했던 대화 기록까지 인공지능 소설가가 들여다본다면 꽤 괜찮은 전기가 나오지 않을까?! 시간을 축으로 놓으면, 짧게는 하루의 일기,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삶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가 될 테고, 주제를 축으로 놓으면, 나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나의 커리어 관리 이야기, 나의 흑역사 모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것이다.

출처 donga.com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기준으로 매출액 6조 2,843억 원, 영업이익 4,982억 원을 기록하였으나, 영업이익률은 3년째 감소세에 있다. 특히 2020년에 들어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8%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화장품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줄어들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물결이 일면서 LG생활건강, CJ올리브영, 토니모리 등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던 기업들이 인터넷 쇼핑몰 구축과 모바일 쇼핑 앱 구축 등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나서고 있다. 토니모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에게 적합한 화장품과 화장법을 추천해 주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CJ올리브영은 직원들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올리브 라운지'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오픈했다. 이런 전략들의 공통점은 오프라인 현실 세계에서 고객들이 더 쉽게 화장품을 고르고, 더 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출처 Naver Photo

삼성전자에게 제안한 사례처럼 화장품 업계도 현실 세계가 아닌 메타버스에서 사용하는 화장품을 개발하면 어떨까? 일본의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는 스냅 카메라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화장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스냅 카메라에서 'telebeauty'라고 검색하면, 시세이도가 제공하는 디지털 화장 렌즈가 나타난다.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렌즈를 선택하면 시세이도 화장품으로 화장한 내 얼굴이 나타난다. 그 상태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화장한 모습으로 다른 이를 만나게 된다. 시세이도 홈페이지에는 스냅 카메라에 있는 네 가지 디지털 화장 렌즈를 통해 화장한 모습처럼 실제 화장을 하려면 어떤 시세이도 화장품을 구매하면 좋을지 추천하는 메뉴가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자사의 다양한 브랜드에 포함된 화장품을 사용해서, 서로 다르게 화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본 렌즈들을 제공한다. 여기에 사용자들이 개인 취향에 맞게 화장을 수정하고, 수정한 결과를 새로운 화장법으로 저장하여,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인들과 공유하게 해 준다.

PART 7. 메타버스가 낙원은 아니다

낙원으로 가는 길은 지옥에서 시작된다.

단테 알리기예리

간은 왜 메타버스를 끝없이 만들고, 메타버스를 원할까? 인간에게 메타버스는 거대한 모방의 공간이다. 상상 속의 이야기를 모방한 증강현실 세계, 서로의 삶을 기록으로 모방하는 라이프로깅 세계, 현실의 구조물과 관계를 모방하는 거울 세계, 자신이 살아온 세상에 상상력을 더해 모방한 가상 세계, 모든 메타버스는 모방의 산물이다. 메타버스는 결국 모방을 통한 놀이의 공간이다. 메타버스를 만든 이의 목적이 무엇이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놀이, 재미를 원한다. 게임 프로그램이나 웹툰이 아닌 배달의 민족 앱이 재미와 풍자 코드를 플랫폼에 녹여 넣는 이유, 그런 것들을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놀이에 있다.

출처 Naver Photo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이상 더 다양한 메타버스가 끝없이 등장하며 그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선명하게 함과 동시에 희미하게 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거울 세계는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지키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사람들은 거울 세계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헤어숍을 예약하고, 감염자의 동선을 파악하며 외부의 삶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메타버스 안에서 콘서트를 하고, 공부를 하고, 회의를 했다. 만약 그런 일을 가능하게 했던 메타버스가 없었더라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의 삶은 더 희미해졌을 것이다.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수많은 친구들과 소통하며 지낸다. 그런 메타버스가 없었더라면 졸업 후 연락 한 번 주고받지 않았을 친구들과도 댓글과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나눈다.

출처 www.gameple.co.kr

그런 메타버스 속 감정 교류가 있기에, 그 친구를 현실 세계에서 3년 만에 다시 만나도 조금은 덜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메타버스가 현실의 끈을 조금은 더 단단하게 잡아준 셈이다. 그러나 메타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습관은 현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메타버스가 현실을 완전히 대체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뉴럴링크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살아가고, 인간에게 필요한 양분은 현실 세계의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 시스템이 자동으로 만들어서 공급하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어찌 보면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나 더 깊은 정신세계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삶은 물질세계에 대한 탐구나 도전을 포기한 것일 뿐이다. 인간에게 정신이 없다면 물질은 무의미하겠으나, 물질 없이 우리의 정신도 존재할 수 없다.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는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인간의 뇌는 보상을 받으면 보상중추인 측좌핵이 활성화되어 기쁨을 느끼고, 처벌을 받으면 통증을 담당하는 뇌섬엽이 활성화되어 고통을 느낀다. 동일한 크기의 보상과 처벌인 경우 인간은 벌금에 대하여 2배 강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메타버스의 시스템은 벌금, 처벌, 비난 등의 '빼기'가 아닌 상금, 레벨업, 축하 등의 '더하기'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그 세계의 상호작용을 좋아한다. 빼기 구조인 현실 세계를 더하기로 바꾸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하기가 많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더 많은 도전을 꿈꾼다. 빼기보다는 더하기를 중심으로 탐험하고, 소통하고, 성취하고자 한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와 달리 무언가를 실패해도 빼기를 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한 번 더 해보라고 부추긴다. 그 상황에서 실패에 대한 경험은 우리에게 오히려 더 강력한 도전 동기를 제공하는 데 이를 좌절 효과frustration effect라 한다.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 이 두 세계는 우리에게 좌절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도전의 세계여야 한다.

출처 publy.co

우리는 페이스북 같은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 새로운 글을 올린 후 친구들이 댓글과 좋아요로 반응해 주기를 기대한다. 메타버스의 피드백은 현실 세계보다 매우 빠르다. 직장에서 승진을 하게 되었는데, 이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받는 축하 피드백의 속도와 현실 세계의 동료와 가족들이 소식을 듣고 축하해 주는 속도, 전자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메타버스에서 우리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 시스템과 소통하는 방식은 매우 빠른 피드백과 불규칙한 보상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빠른 피드백과 불규칙한 보상체계는 우리가 메타버스 소통에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큰 기대에는 큰 실망과 피로가 따라옴으로 메타버스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 임도 명확해 보인다.

Review를 마치며..

군가는 메타버스를 새로운 사업 플랫폼으로, 누군가는 새로운 놀이터로, 누군가는 현실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통제 불가한 고민, 불행이 당신을 짓누른다면 메타버스에서 잠시 기분을 전환하면 잊어도 좋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현실을 완전히 잊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메타버스 속 삶이 아무리 빛날지라도, 현실이 있기에 메타버스가 존재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 우리가 책임져야 할 무언가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메타버스에 머문다면, 메타버스는 현실의 삶을 망치게 된다.

<'제2의 자아' 메타버스>, 출처 news.naver.com

메타버스는 인류의 삶을 확장하기 위한 영토여야 한다. 누군가를 위한 도피처, 누군가를 위한 수용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메타버스를 창조하고자 꿈꾼다면, 당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당신의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사용자라면, 내가 그 세계에 머무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세계가 나의 삶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메타버스는 출입이 가벼운 세계이다. 한 번의 탄생으로 시작해서 한 번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삶의 무게를 메타버스가 짊어지지는 못한다. 우리 모두는 메타버스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대체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세계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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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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